4  합성 인간은 사회가 될 수 있는가

합성 인구의 격자에서 빠진 실제 사람

4.1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사람을 연구하는 시대

설문조사는 느리고 비쌉니다. 응답자는 질문을 오해하고, 기억을 다르게 구성하며, 민감한 답을 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는 오랫동안 실제 인구와 비슷한 통계 분포를 가진 합성 인구를 만들어 왔습니다. 연령, 지역, 가구 형태 같은 변수를 조합해 교통이나 감염병, 정책의 영향을 모의실험했습니다.

생성형 AI는 이 작업의 규모와 질감을 바꿨습니다. NVIDIA가 공개한 한국 합성 페르소나 자료처럼, 이제 합성 인구는 표의 한 행을 넘어 직업과 관심사, 소비 습관과 문장 스타일까지 가진 인물로 제시됩니다 (NVIDIA 2026년). 원고에 있던 ‘700만 명’ 표현은 공식 공개 자료와 맞지 않아 초안에서 삭제했습니다.

경계의 질문
통계적으로 그럴듯한 가상 인물이 많아지면, 실제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사회를 알 수 있을까요?

4.2 합성 인구가 주는 세 가지 유혹

첫째는 속도입니다. 실제 응답자를 모집하지 않고도 수많은 조건을 시험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안전입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직접 노출하지 않으면서 분석용 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는 반복 가능성입니다. 같은 조건으로 실험을 다시 실행하고 모형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 장점은 특히 초기 아이디어를 걸러 내는 데 유용합니다. 정책 문구가 어떤 집단에서 오해될 가능성이 있는지, 설문 문항이 어느 방향으로 편향됐는지, 서비스 시나리오에 빠진 사용자가 누구인지 미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편리함이 실제 사회를 대체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4.3 가상의 사람은 학습자료의 평균을 닮습니다

언어모델은 현실을 직접 살아 보지 않습니다. 기록된 언어를 통해 현실의 흔적을 배웁니다. 따라서 합성 페르소나는 사회의 숨은 평균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기록에 많이 남은 사람의 목소리를 더 크게 되풀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정규 노동, 장애, 이주, 돌봄처럼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표현 방식이 다양한 경험은 매끄러운 한 문단으로 정리되는 순간 중요한 마찰을 잃습니다. 실제 사람은 질문에 모순되게 답하고, 어제의 선택을 오늘 후회하며, 자신이 속한 범주를 거부합니다. 합성 인물은 이런 불편한 예외를 통계적 잡음으로 지우기 쉽습니다.

사회는 평균적인 인간의 집합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기억과 권력, 제도와 우연이 충돌하는 과정입니다. 합성 데이터가 정돈될수록 현실의 엔트로피가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그 질서는 모델이 만든 질서일 수 있습니다.

4.4 시뮬라크르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합성 인간을 철학적으로 말하면 현실을 닮은 복제물입니다. 그러나 “가짜인가 진짜인가”만 묻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실용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 어떤 원자료가 사용됐습니까?
  • 누가 자료에서 빠졌습니까?
  • 어떤 속성은 실제 통계이고 어떤 속성은 모델의 추론입니까?
  • 합성 인물의 답을 실제 시민의 의견처럼 사용했습니까?
  • 실제 조사로 틀릴 가능성을 확인했습니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합성 인구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모델이 이미 믿고 있던 사회상을 확대하는 장치가 됩니다.

4.5 비유가 깨지는 지점

합성 데이터의 편향을 지적한다고 해서 실제 설문이 완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조사도 표본 편향, 무응답, 사회적 바람직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합성 자료가 부족한 표본을 보완하고 개인정보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택은 ‘합성 또는 실제’가 아닙니다. 좋은 연구는 합성 자료로 가설을 넓게 탐색하고, 실제 자료로 중요한 결론을 좁게 검증합니다. 두 자료가 다르게 말할 때 그 차이를 오류로 지우지 않고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4.6 인간을 대표하는 일에는 동의가 필요합니다

AI가 사람을 닮을수록 대표의 윤리가 중요해집니다. 어떤 집단을 대신 말하는 가상 인물을 만들었다면, 그 집단의 실제 구성원은 모델을 검토하고 수정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정책 결정자는 합성 시민의 편리한 동의를 실제 시민의 동의로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됩니다.

한 사람은 스물여섯 개의 필드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데이터에 담긴 특성뿐 아니라, 자신에게 붙은 이름을 거부하고 새로운 이름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